강영란 시인의 시집 『오래 기다려도 레몬은 달콤해지지 않고』가 시작시인선 0519번으로 출간되었다. 강영란 시인은 1998년 《한라일보》 신춘문예에 당선되었고, 2010년 『열린시학』 봄호 신인상을 통해 등단했다. 시집으로는 『소가 혀로 풀을 감아올릴 때』와 『염소가 반 뜯어 먹고 내가 반 뜯어 먹고』가 있으며, 시 산문집으로는 『귤밭을 건너온 사계』가 있다.
어느 페이지를 펼쳐도 제주의 푸른 바다와 노란 감귤 향 그리고 사시사철 부는 바람과 낮은 돌담까지 읽는 이의 오감을 자극하는 시집이다. 독자는 『오래 기다려도 레몬은 달콤해지지 않고』를 읽으며, 저마다의 제주를 추억하고 앞으로 다시 갈 제주를 어렵지 않게 상상해 볼 수 있을 것이다. 이는 공간이 주는 특수성의 날줄과 보편의 정서를 노래하는 씨줄이 만나, “떠난 사람의 여린 발목을 그리워”하다가도 “한 생애가 닫히는 건 파도가 밀려왔다 밀려가듯 잠깐의 일”임을 깨달으며, “저녁 무렵 어슷한 서러움이 돋는” 우리의 모습과 다르지 않기 때문일 것이다. 삶의 내밀한 기쁨과 관조적 성찰이 모두 담겨 있는 이 시집은 오래 기다려도 달콤해지지 않는 레몬을 두고 안타까워하는 것이 아니라, 그 모습 그대로 자신을 지키고 있는 존재의 자연스러움을 힘껏 긍정하고 있다.
❚추천사❚
강영란 시의 낭만성은 수직의 체계가 아니라 수평적 세계이며, 그것은 만화경과 같은 제주의 물상을 지근에서 포착한 근접 세계(미시 세계)이자 ‘사이’을 주유하는 시공이다. 동시에 찬가이자 교향시이다. 그렇다면 우리는 다시 이 예민한 시적 주체가 밀고 나가는
‘주름진’ 하나의 세계를 계속 지켜볼 일이다. “보이는 것을 희망하는 것은 희망이 아”니므로…….
―해설 중에서
❚저자 약력❚
강영란
1998년 《한라일보》 신춘문예 당선. 2010년 『열린시학』 봄호 신인상 등단.
시집으로 『소가 혀로 풀을 감아 올릴 때』 『염소가 반 뜯어 먹고 내가 반 뜯어 먹고』, 시·산문집 『귤밭을 건너온 사계』가 있음.
제5회 서귀포문학상, 제1회 제주어문학상 수상.
❚차례❚
시인의 말
제1부
낮전 썩 낮전 썩 13
구두미포구 14
돌토끼고사리 16
서귀포 물썹 18
서귀포 야곡夜曲 20
무릉리 22
서귀포, 새섬을 돌다 24
허구한 날 26
찔레꽃머리 28
아마나스가 보이는 집 30
막숙개 펫돌 32
공새미포구 34
월평포구 36
표선 세화 가는 길 38
서귀포로 여울지다 40
설쿰바당 42
망장포 오각돌 44
서귀포, 안덕 46
제2부
수국 51
수국 꼿질 52
저 봄 53
무화과 1 54
무화과 2 55
무화과 익는 냄새 56
봄 낭썹 58
아마릴리스 60
먼 여 62
칼선도리 64
팔운석 66
해자垓字 68
중이염 70
들깨소금 71
홍로의 맥 72
제3부
돔박생이 날아가듯 77
창꿈 78
다음 다음 다음 토요일 80
점방 살림 82
별 지는 밤 84
두모악 도체비꼿 85
백화등은 솜빡 피고 86
외방外方 88
큰 창고 옆집 89
덜컥 걸린 울컥 90
한오백년 91
가녘 92
막연히 94
제4부
풋감 97
기다림은 그대 쪽으로 간다 98
산지천 돌생기 ᄒᆞ나 100
느렁테 101
물 항 102
마음 밖 104
자리구이 105
셀프 빨래방 106
그리운 금능 108
봉지가 1 110
봉지가 2 112
봉지가 3 114
봉지가 4 116
❚시인의 말❚
별거 아닌 걸 별거로 만드는 게 시인이다
나는 햇볕이 조금 필요하다
❚시집 속의 시 한 편❚
수국
산그늘 하나 발끝에 머물다 옮겨 앉아도 울컥해지는 일인데
가슴에 앉았던 사람 옮겨 앉는 건 얼마나 울컥한 일이겠는가
그러니 그대여 마음껏 아파라
비 오는 날에 흰 수국같이
해지는 날에 보라 수국같이
얇은 겹겹
문 닫고 아파라
❚펴낸곳 (주)천년의시작❚
[출처] 시작시인선 0519 강영란 시집 오래 기다려도 레몬은 달콤해지지 않고|작성자 천년의시작